안천칼럼12
전주시 성역화 프로젝트
대한황실이 태어나며 이 나라의 신시대를 개창한, 민족성지 전주시는 오랜 동안에 걸쳐 잠자는 도시였었다. 예부터의 타성에 젖어서 한탄과 체념으로 지새우는 도시였다. 그러면서 문화도시 경주를 부러워했고, 역사도시 공주나 부여의 일취월장하는 모습은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한 듯이 패배주의에 젖어 있었고, 차라리 죽은 도시에 가까웠다.
그러다가 약10년전부터 놀라운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외지에서 온 방문객이 택시를 타고서, 전주에서 좋은 곳은 어디냐고 물으면 퉁명스럽게 ‘없다’고 말하던 한심한 도시에서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10여년전에는 너무나 황당했으니, 어떻게 그렇게 말하느냐고 반문하면 오히려 짜증을 내면서, 전주는 ‘끝난 도시’라고 한숨쉬며 말하던 택시 기사들도 확실히 달라졌다.
그렇게 달라진 것은 오로지 한 가지를 깨달은 뒤 부터이다. 그간 일제침략 탄압정책에 짓눌려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잊혀졌던 전주시가, 자랑스런 ‘대한황실 발상지’라는 것을 자각한 뒤부터 그런 새바람이 분 것이다.
물론 그것은 전주시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일제침략자들이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나랏님을 짓밟고 비방하며 온갖 모략으로 헐뜯던 것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고 깨닫게 되면서, 온 나라가 다시 태어나는 흐름에서 전주시가 새삼 조명을 받게 된 때문이다. 조선시대가 새롭게 조명되면서 드라마, 소설, 영화는 물론이고 실질적인 생활에서도 임금님 문화를 다시 살리자는 열풍이 시작되었고, 전주시는 그 혜택을 입는 대표적 도시가 된 것이다.
일제침략 당국은 우리의 모든 것을 강탈, 파괴, 왜곡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집중적으로 공격한 것은 대한황실이었다. 그러니까 대한황실이 태어난 전주시는 가장 참담하게 피해를 입은 곳이다. 다만 황실발상지라는 너무도 중차대한 민족성지이기에, 철저히 잊혀지며 잠자는 도시로 이끌어 가던 후유증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전주시는 역설적으로 일제침략의 혜택을 입은 도시이기도 하다. 오히려 복을 받은 도시라고도 생각이 된다. 왜냐하면 다른 도시들은 너무나 일제침략의 피해를 원색적으로 입었기 때문이다.
전주와 나주가 합해 전라도가 된 나주는 전주와 쌍벽을 이루는 도시였으나, 거의 없어지며 사실상 광주에 흡수통합되고 말았다. 의주, 안동, 동래, 공주, 밀양 등 예부터의 명성있는 도시들은 예외없이 나주와 같이 만들었다. 그리고 전국토를 이 잡듯이 파내고 뒤지면서 특히 경주와 공주는 도굴, 파괴, 약탈, 왜곡의 큰 피해를 입었다. 부여는 아예 일본식 도시로 완전히 개조하다가 중도에 그들이 쫓겨 갔다.
하지만 전주시는 대한황실이 태어난 성지라는 드높은 위상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대로 방치했었다. 감히 파괴, 왜곡을 노골적으로 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모습이 나름대로 많이 남았다. 그러니까 그냥 방치해 둔 혜택을 입은 것이 되었다. 일제침략은 워낙 잔혹하고 포악하여, 그대로 방치해둔 것이 오히려 큰 혜택이 되었을 정도로 심각했었다.
그런데 전주시가 10여년전부터 ‘대한황실 발상지’라고 알려지며 전국적 주목을 받게 되자,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도시훼손이 시작되었다. 일부 생각없는 사람들에 의해서,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에 무작정 변화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전주시는 마음대로 변할 수 없는 도시이다. 아무렇게나 변하면 미래에 큰 지탄을 받을 수 있다. 전주시는 절대로 마음대로 개발될 도시가 아니다.
흉악한 일제침략자들도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한 성스러운 곳이 아닌가? 전주시와 전라북도는 이제부터라도 전주시 성역화를 위한 종합계획을 면밀하게 세워야 한다. 지금 그것을 시행하지 않으면, 일본이 방치한 도시를 전주시민 스스로 망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전주시 스스로 자멸하는 길을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주시는 그간 숨겨진 보물이고, 잊혀진 보물이었으며, 잠자는 보물이었다. 그러나 제대로만 가꾸면 ‘세계문화유산’이 되고도 남을 충분한 조건을 확실히 갖추고 있다. 물론 현재의 상태로서도 세계문화유산의 가능성이 아주 높지만, 전주시가 갖고 있는 모든 문화유산을 종합적으로 체계화하여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노력은 시급하다. 보물은 보물이 되게 가꾸어야 진짜 보물이 된다.
그런데 특히 유의할 것은 ‘가꾼다’는 뜻이 정확해야 되겠다. 문화유산을 가꾼다는 것은 원래의 고유한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뜻이다. 아무 것이나 부수고 아무렇게나 고치는 것으로, 절대 착각을 하지 말아야 성공적으로 가꾸게 된다. 현재 경주시는 지난 날에 무조건 개발한다면서, 그렇게 잘못된 바가 적지않아 개탄의 소리를 듣고 있음을 유의해야 하겠다.
예컨대 서울의 북촌이 최고 인기있는 관광지가 된 것은 ‘고유한 생활문화’가 생생히 보존되었기에 그런 것이다. 그런데 요즘 만들어진 ‘전주 한옥마을’은 전주답지 않은 느낌도 있다. 보다 전주답게 이끌며, 독특한 생활문화가 고유하게 보존되어야 성공한 개발이다. 진정한 전주 가꾸기는 전주의 순수성을 철저히 지키며 가꾸는 것이다.
전주시를 성역화하는 일은 전라북도민 전체가 합심해서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점차 전국적으로 후원과 호응을 이끌어 내야 한다. 다만 유의할 것은 스스로의 자율, 자조, 자립 의지가 없이 중앙정부나 국민이 도와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거나 한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주 시민 중에는 그런 사람들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 곳곳에는 스스로 노력은 않고서 무조건 정부 탓만 하고, 도와달라고 생떼를 쓰듯 하는 경우가 많다. 전주에서는 그런 추태가 없어야 한다.
그러므로 전주시 성역화는 먼저 전주시에서 횃불이 타올라야 한다. 스스로 나서서 솔선하여 힘차게 단결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 불빛으로 모든 시민을 일깨우고, 전라북도민을 하나로 뭉치게 해야 한다. 그러면 온 국민이 전주시는 보통 도시가 아니고 민족의 성지라는 것을 더욱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점차 온 국민이 염원하는 국가적인 일로 승화될 것이다.
「전주시민이여 전라북도민이여 잠에서 깨어나라! 온 나라의 관심을 끌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오며, 인구가 쑥쑥 늘어나는 희망의 땅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이 시대에 태어난 사명의식으로 힘차게 달려 나가면, 영광의 내일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전국에서 가장 좋은 보물을 갖고서 왜 한탄만 하고 있는가? 손을 가진 자는 빗자루를 들고 대청소를 하고, 발을 가진 자는 삽을 들고 무너진 길을 고치고 다듬어라. 노래를 할 줄 아는 자는 전주찬가를 부르고, 춤을 출 줄 아는 자는 덩실덩실 춤추며 흥을 돋우라.
「전주 성역화! 그것은 전주를 전주답게 만들며, 전주다운 순수성을 키우는 것이다.」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숨겨졌던 보물을 빛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드는 위업은, 스스로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한다. 전주시, 나아가 전라북도는 그러한 기쁨의 땅이 될 조건을 충분하게 갖추고 있다. 정말 자랑스러운 보물의 땅이다.
* 원문출처 : /king/default/bbs/view.php?&bbs_id=board30&doc_num=14